ICAO 항공영어능력 자격 공항,항공이야기

 2009/02/28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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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2월 28일 발효된 개정항공법에는“모든 조종사 및 관제사는 ICAO 항공영어시험에서 4등급 이상을 얻어야 한다(제34조의2).”라는 조항이 있다.

ICAO 표준항공영어는 Level 1~6까지 있는데 이 중에서 level 4~6을 얻어야 한다. 단, 필기시험은 없고‘듣기와 말하기’만으로 실시한다.


1~6등급의 구분은, Level 6(Expert;우수), Level 5(Extended;양호), Level 4(Operational;업무수행가능), Level 3(Pre-Operational 부족), Level 2(Elementary;초급), Level 1(Pre-Elementary; 미달)로 되어 있다.

 

발음, 문장구조, 어휘, 유창함, 이해력, 대응력 등 6개 요소로 구성되는데 여기서 국제선 항공기 운항에서 최저 기준등급인 Level 4란“항공무선을 통해 업무수행이 가능한(Opereational)”수준이다. 즉 유창하지는 않으나 의사전달 및 응대에 별 문제가 없는 수준으로 중학교졸업정도의 문법과 어휘력에다 항공관제 용어를 구두로 말할 수 있는 수준, 즉 그럭저럭 의사소통만 되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굳이 토익 점수로 치자면 대략 600~650점 전후로 손짓 발짓(항공기에서는 보이지 않겠지만)으로 의소통이 가능한 수준이다.


ICAO가 이처럼 항공영어구술시험을 실시하게 된 동기는 항공교통편이 전 세계적으로 급속히 확대되는 과정에서 영어권이 아닌 조종사와 관제사간의 언어소통문제가 수시로 지적되어 왔는데 이것이 결국 안전사고로 이어지는 사례가 빈발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언어소통장애로 인한 항공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2003년 9월 국제표준으로 도입한 것이 ICAO 항공영어능력 자격이다. 니어미스(near miss)를 비롯한 항공기 사고 중 많은 부분이 커뮤니케이션, 즉 언어소통 부족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팔을 걷고 나선 것이다. 대신 2008년 3월4일까지 유예기간을 두었다. 

 

당시 ICAO 관계자들은 언어소통 부족으로 인한 항공사고 사례 중 5건을 예로 꼽았다.


1977년 3월27일 오후 5시 대서양 카나리제도 테네리페 국제공항에서 있은 여객기끼리의 충돌사고다. 이륙 활주 중이던 KLM항공의 B747-206B기가 이에 앞서 착륙 후 유도로로 향하고 있던 팬암(Pan American)의 B747-121기를 발견하고 급히 기수를 올려 이륙을 시도했지만 KLM기의 밑부분이 팬암기의 앞부분을 스치면서 150m 전방 활주로에 추락, 300m 미끄러지면서 폭발을 일으켜 승객, 승무원 248명 전원과, 팬암기에 타고 있던 396명중 335명, 합계 583명이 사망하는 항공기 사고 역사상 최대 참사로 기록됐다.

 

팬암기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61명에 불과했다. 항공기 사고 역사상 최대 참사로 기록됐다. KLM기가 관제탑으로부터 이륙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이륙활주를 시작해버린 것으로 다른 항공기와의 교신이 한꺼번에 몰리는 등 혼선을 빚은데다 공항의 날씨는 짙은 안개로 시정이 500m에 불과했던 것도 간접적 요인이 되었다.

 

KLM 부조종사는“이륙하고 싶다(We want to take off)“를 네덜란드 식 영어로 "We are now at take off(이륙활주를 시작했다)라고 관제탑에 전달한 것이다. 관제탑에서는 아직 활주로에 팬암기가 있는 상태여서 관제탑은 KLM기에게‘OK,(약 2초 경과)....Stand by for take off. I will call you’(우리가 부를 때까지 그 장소에 대기하라)라고 했으나 KLM기는 'OK'라는 말만 듣고 바로 이륙을 하게 된다. KLM기 조종사는 “이륙대기“를 ”이륙허가“로 받아들인 것이다.


팬암기 기장은 관제탑과 KLM기가 주고받는 통신내용을 듣고 있다가 불안감을 느낀 나머지, No, we are still taxiing down the runway(안돼! 우리 비행기는 아직 활주로에서 유도로로 향하고 있는 중이다.)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 팬암의 무선송신은 위 기록의 2초간의 무응답상태의 직후에 이루어졌고 KLM기에서는 ‘OK!’라는 한마디만을 들었고, 그 후는 잡음만 들였다.


2005년 8월 16일 승객, 승무원 160명을 태우고 파나마를 떠나 마르티니크(Martinique)의 포트·드·프랑스(FDF, Fort-de-France)공항으로 가던 콜롬비아 국적 웨스트·카리비안 항공(West Caribbean Airways;YH) 소속 MD-82 여객기가 베네수엘라 서부 콜롬비아 국경부근에서 추락하여 전원이 사망했다. 직접적인 사고 원인은 엔진고장이었지만 조사결과 조종사가 관제사와의 의사소통 부족으로 기류를 따라 상승, 강하를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날개에 착빙이 생겼고 이로 인해 기체제어가 불가능해진 것으로 결론지었다.

 

③ 1999년 4월 대한항공 화물기 MD-11기가 중국·상하이(홍차오 虹橋)공항을 이륙한 직후  인근에 추락하여 승무원3명과 주민 4명이 사망했는데 이 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당시 조종사가 관제탑과의 교신에서 “1500피트(약 457미터)”를 “1500미터”로 잘 못 알아들었다는 것이 지적됐다. 

 

1990년1월25일 승객 149명 승무원 9명을 태우고 뉴욕 JFK공항에 착륙하려던 콜롬비아 국적의 아비안카항공(AVIANCA, AV)소속 B707기는 마침 짙은 안개로 관제탑은 공중 대기 지시를 내렸으나 대기시간이 길어지자 예비연료까지 다 써버리고 공항 북쪽 24km에 있는 작은 마을에 추락한 것이다. 

당시 조종실에는 3명의 승무원 타고 있었지만 부조종사만 영어를 할 줄 알았는데 그나마도 「우선(Priority)」과 「긴급(Emergency)」을 혼동하고 있었다.‘연료가 얼마 남지 않았다. (We're running out of fuel)’라는 말을 영어로 전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다못해 "Low on Fuel 또는 No Fuel" 라는 말만 했었어도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⑤ 1997년 9월 26인 승객 222명, 승무원 12명을 태운 가루다 인도네시아항공(Garuda Indonesia;GA) 소속 A300기가 시계 600~800m의 저시정 상태에서 메단공항(Kota Medan:MES)에 착륙접근 중 활주로 40km를 남겨 두고 산기슭에 추락, 전원이 사망한 것도 관제탑과의 의사소통에 그 원인이 있었다.

관제탑에서는‘고도를 3000피트(915 m)로 낮추고 오른 쪽으로 선회하라’라고 지시했고, 조종사는 시키는 대로 오른쪽으로 기수를 돌렸다. 그러나 관제탑에서 보니 왼쪽으로 가는 게 아닌가. 다시 왜 왼쪽이냐 오른쪽으로 가라 - 그래, 오른쪽으로 가고 있다. 이러는 사이에 그만 산 중턱에 추락하고 만 것이다.

 

"나(관제탑)의 오른 쪽은 너(조종사)의 왼쪽"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2007년 1월, ICAO는 몬트리올에서 60여 개국의 정부 항공국, 항공사와 IATA, IFALP, 유로 컨트롤 등 관계 단체에서 290명이 참가한 가운데‘조종사와 항공관제사의 어학능력요건에 관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여기서 영어로의 의사소통능력과 관련한 항공사고가 7건 발생했는데 그 중 5건이 사망사고로 이어졌다는 보고가 있었다.


그리고 영어능력이 불충분한 조종사나 관제사를 산재적인‘위험분자(dangerous molecule)’로 분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영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조종사는 그냥 무능한 사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움직이는 위험물'이라고 낙인을 찍은 것이다.

 

지난 2006년 9월 외부 시험기관에 의뢰해‘항공영어구술능력’시험을 도입한 우리나라에서는 시한이었던 지난 3월까지 영어평가 대상자 3600여명 모두가 합격증을 땄다. 비결은 문제은행 방식을 도입하여 사전에 시험문제를 공개한 것이었다. 당초 이 같은 시험방식에 대해 ICAO는 “영어실력을 정확히 평가하기 어렵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냈으나 항공안전본부가 ICAO 측에 “이런 식으로 하지 않으면 조종사, 관제사 대부분이 영어시험에 떨어져 항공기가 뜰 수 없는 상황을 맞게 된다.”고 하소연해 관철시킨 것이다.


실제로 영어 때문에 조종사와 관제소 간 소통 과정에서 심각한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는 적지 않다. ICAO는 특히 아시아나 남미계 조종사들이 영어 실력이 뒤떨어지는 탓에 항공 안전에 위협을 초래하는 해프닝이 자주 일어난다고 보고 있다. 
 

반면 국내항공사들은“영어 때문에 항공기가 위험에 처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정부가 ICAO 요청에 과잉대응하고 있다고 불만이다. 또한 1인당 응시료 9만6000원씩‘헛돈'을 지출하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항공기사고는 그 위험성이 0.001%만 있어도 이용하지 않는 법이다. 거의 없다는 것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국으로부터‘사고 불감증에 걸린 한국인‘이란 말을 들을 만도 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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