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하늘속으로 빨려들어가듯" 파워 넘치는 비행성능 인상적

한국항공우주연구원(원장 백홍렬)이 9년간의 노력 끝에 개발해 낸 한국의 새 '반디호(Firefly)'.

우리나라 민수항공기 개발 역사 이래 최초의 수출 항공기인 만큼 반디호에 거는 기대가 크다.

국제에어쇼에 출전하기만 하면 바이어들이 즉석에서 구매를 원할정도로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는 다목적 선미익기(수평 꼬리날개가 항공기 앞부분에 위치한 항공기). 하늘의 스포츠카를 연상하면 그리 낯설지 않다.

한국 민수항공기 수출 원년 2006년. 올해 반디호 마지막 시험비행이 지난달 30일 있었다. 대덕넷과 함께 올해 반디호 마지막 비행여행을 떠나보자.

그윽한 서해 바다내음이 콧가를 간지럽히는 충남 태안군 한서대학교 태안비행장. 초겨울 바닷바람이 제법 세차게 불어댄 30일 오후, 반디호를 가둔 주기장(駐機場)의 굳게 닫힌 문을 열어제쳤다. 반디호를 본격 시승하기에 앞서 비행기의 생김새부터 자세히 살펴보았다. 디자인에서부터 반디호는 보수적인 정통 항공기 이미지 보다 매우 세련된 현대식 이미지를 물씬 풍겼다. 뾰족이 나온 기체 앞부분부터 길게 쭉 뻗은 양 날개를 거쳐 뒷 프로펠러까지 늘씬한 유선형의 디자인은 마치 날렵한 갈매기와 같다.

 

잘 빠진 초고속 제트기의 전형을 보여주는 반디호 옆 모습은 공기를 가르고 미끄려져가듯 다이내믹한 스타일과 조화를 이룬다. 실제 고속비행시 공기의 저항을 덜 받아 속도와 연비면에서 큰 이점이 있다. 길이·너비·높이 등 기체의 크기가 보통 소형 비행기와 크게 다를게 없지만, 동체의 몸통 끝을 둥글게 라운드 처리해 둔하지 않고 안정감을 느끼게 해준다. 바퀴를 고정식으로 하지 않고 접이식으로 만든 것은 공기 저항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바퀴를 감싸고 있는 이중 브레이크 장치는 착륙거리를 대폭 단축시킬 수 있어 안정감을 더해준다.

 

이제 실내로 눈을 돌려보자. 우선 복잡한 전자식 계기판과 자동차처럼 핸들(Wheel)방식의 조종대가 보인다. 밑을 보니 두 개의 넓적한 페달과 운전석·조수석 사이 3개의 조종 엔진기어가 달려 있다. 본래 반디호는 4인승이지만, 시험을 위해 2인용으로 개조했다.

이제 비행시간이 됐다. 반디호를 활주로를 향해 움직였다. 사람 네명이 살짝 힘을 모았는데도 반디호는 가볍게 이동했다.

 

이날 반디호 조종은 박수복 한서대 교수가 맡았다. 목숨걸고 반디호 수출에 기여하겠나고 나선 귀한 인물이다. 박 교수는 조종석에 앉기 전 계기판, 날개 플랩, 연료상태, 랜딩 기어, 바퀴 등에 이르기까지 안전을 위해 비행기 상태를 꼼꼼히 점검했다. '퉁, 퉁, 투 부앙~'

 

시동을 걸었다. 프로펠러를 통해 엔진이 가동됐음을 느낄 수 있었다. 실내에서 조종사와 대화하기 힘들정도로 굉음이 울렸다. 조종사와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헤드셋을 착용했다. "출동 준비 완료됐습니다." 본격적인 비행 준비 완료를 알리는 전조등을 켰다.

엔진 예열을 마치고 박 교수는 서서히 운전대 밑 페달을 번갈아 밟아가며 활주로로 서서히 이동했다. 도로이동중 위·아래로 약간 뒤뚱거렸다.

 

활주로로 들어섰다. 일직선으로 곱게 뻗은 활주로 끝을 정면으로 마주봤다. 박 교수는 이내 오른쪽에 있는 검은색 스로틀(throttle) 엔진을 앞쪽으로 밀어부쳤다. '우아앙~' 반디호가 갑자기 앞으로 튕겨져 나갔다. 공기를 가르다 못해 찢는 소리를 내뿜으며. 400m 정도 달렸을까. 반디호 앞 동체가 살짝 들리더니 뒷 바퀴가 지면에서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육지에서 떨어졌는데 착 가라 앉는 느낌으로 하늘로 솟구쳤다.

 

속도를 서서히 올려 시속 300㎞로 달렸다. 육지에서 멀어질수록 비행 체감속도는 낮아졌다. 1km 상공으로 날아올랐을 즈음에는 하늘을 걷는듯했다. 어느새 옆을 보니 하늘 속 구름 사이를 뚫고 나온 주황빛 강한 햇살이 반디호를 반겼다. 아래를 보니 태안반도가 한 눈에 들어왔다. 바람소리는 없고 오로지 엔진 가동 소리만 있다.



오른쪽이면 오른쪽, 왼쪽이면 왼쪽, 더도 덜도 아닌 조종사가 조정하는 만큼 정확한 반응이 느껴졌다.

반디호 첨단설계기술이 적절한 무게배분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증거다. 좋은 항공기를 판단하는 기준 중 하나가 바로 비행 안정감이다.

 

강한 고공 바람과 시속 300㎞를 넘나드는 고속에서 불안을 느끼지 않고 조종사가 제대로 컨트롤 할 수 있다면 좋은 비행기로 봐도 틀림없다. 반디호는 그런 느낌을 준다. 조종사가 비행기를 움직이는데 편하고, 승객 역시 안전한 느낌을 갖게 해 준다

독일 아우토반에서 스포츠카를 타고 주행할 때와 별로 다를게 없다.

 

착륙도 쏠림현상 없이 '사뿐히'…"최고속 스포츠카 타는 기분"

10여분 하늘 속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이제 착륙준비에 들어갔다. 박 교수는 파란색 프로펠러 엔진 기어와 빨간색 믹스츄어(mixture : 연료공기 혼합조절 엔진) 기어를 움직이며 다시 태안비행장으로 운전대를 돌렸다. 고도와 속도를 서서히 낮추기 시작했다.

반디호는 저속에서도 일정하게 비행균형을 유지하며 활주로를 바라봤다. 접이식 바퀴가 다시 착류모드로 전환됐다.

 

활주로에 접어들자 속도감이 느껴졌다. 뒷 바퀴의 비명소리가 들리고 반디호는 큰 쏠림 현상없이 사뿐히 지면위에 닿았다.

브레이크 성능도 좋았다. 급제동을 실시해 몇 백m 가지 않고 일직선상에 멈추어 섰다.

안전하게 비행을 마친 박 교수는 "반디호로 비행하면 마치 최고속 스포츠카를 하늘에서 타는 기분"이라며 "앞으로 반디호를 통해 외화벌이 뿐만 아니라 소형 항공기의 대중화로도 이어질 수 있길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이날 시험비행에 동참한 안석민 항우연 항공사업단 그룹장은 "반디호를 발판으로 앞으로 연구소는 수직으로 이·착륙이 가능한 소형 제트기 개발 등 차세대 항공기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걸음 한 걸음 나아질 반디호 후속 모델과 또 다른 차원의 '한국의 새'를 기대해 본다.

 

충남 태안 = 대덕넷 김요셉 기자(joesmy@hellodd.com)/노컷뉴스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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