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중고차 사고이력 못 숨긴다…성능 '날림점검'도 아웃

침수차.사고차가 '멀쩡한 차' 둔갑.. 10월 '성능점검보험' 도입
중고차 날림 성능점검 정비소 처벌받는다
국토부, 7월1일부터 '단순사고'도 기록 의무화

안 모씨가 무사고차량으로 알고 속아서 구입한 산타페 차량. 사고로 휀다 부분이 파손됐지만 말끔히 수리된 상태다
중고 자동차의 성능을 허위점검하거나 부실점검해도 마땅한 제재수단이 없어 중고차 사기판매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CBS노컷뉴스 보도(7월26일자 보도 참조=멀쩡한 SUV 뜯어보니 '진흙이 그득'…소비자는 '봉')에 따라 국토교통부가 전면적인 제도개선에 착수했다.

특히, 대형사고를 당한 승용차를 말끔히 고친 뒤 사고이력을 숨기고 고가에 팔아넘기거나 수해로 침수된 차량을 멀쩡한 차량인양 속여서 파는 중고자동차 사기판매를 원천차단하는 방안으로 '중고차 성능점검보험'이 도입돼(올 연말 시행) 중고차 거래에 커다란 변화바람이 불 것으로 전망된다.

5일 중고차 사기를 당한 안 모씨(경기도 안양시)는 CBS와 가진 인터뷰에서 지난 6월 자신에게 중고 산타페를 판매한 M중고차 매매상(인천시 부평구 소재)의 행태에 분개했다. M매매상 소속 자동차 딜러 임 모씨가 제공한 산타페 관련 정보들이 하나같이 거짓이었기 때문이다.

‘2018년식 쏘렌토 가격이 790만원’이란 광고를 접한 안씨는 솔깃한 마음에 지난달 15일 인천시 엠파크타운에서 서둘러 계약을 맺는다. 돈을 지불하고 차만 넘겨받으면 되는 상황에서 ‘쏘렌토에 할부금이 있다’는 말을 들은 안씨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매월 66만원씩 3년에 걸쳐 갚아야할 장기할부금 3천여만원이 남아 있는 사실을 뒤늦게 듣게된 것. 

안씨가 거칠게 항의하며 인수를 거절하고 나서자 이번에는 대안으로 2015년식 산타페차량을 사거나 쏘렌토를 그대로 인수하라는 압박이 되돌아왔다. 하는 수 없이 2300만원에 산타페를 인수했더니 자동차 가속이 되지 않는 결함이 발견돼 안씨의 마음 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사고를 당했던 산타페의 자동차 성능점검기록부상 '무사고란'에 체크표시가 돼 있다

산타페 차량의 보험치리내역이 보인다 통상 경미한 사고라도 보험처리가 되면 그 기록이 남게된다
하지만 상황은 갈수록 태산이었다. ‘무사고’라는 업체의 주장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아무래도 사기를 당한 것 같다는 생각에 그제서야 손수 ‘자동차 이력조사’에 나섰던 안씨는 더욱 놀라고 말았다. 지난 6월17일 보험개발원 카히스토리에서 사고이력을 조회한 결과 ‘내차피해 234만원, 상대차피해 2회 251만원’이 조회됐고 국토부가 개설한 ‘자동차365 사이트’에서는 강원도 원주시의 카센터에서 산타페를 지난 2월9일 정비한 기록까지 찾아낸 것이다. 

안씨가 뒤늦게 자동차 이력을 조회해본 게 문제라면 문제지만, 자동차 구매결정을 내릴 당시 안씨가 판단근거로 삼은 정보는 딜러에서 말하는 “무사고차량이다”는 말과 이를 입증해주는 자동차 성능점검기록부 상의 무사고기록이었다.  

억울함을 참지못한 안씨는 M사와 딜러를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안씨는 또다른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M사 소속의 배 모 딜러가 유사사건으로 경찰에 지명수배를 받고 있었던 것이다. 자동차 딜러가 복마전이나 다름없는 상황인 것. 

또다른 사례도 있다. 지난 4월7일 기아 쏘렌토 중고차량을 S 중고자동차 매매상으로부터 구입한 A씨는 차를 구입한 지 1달만에 침수차를 속아 구입한 사실을 알게됐다.(CBS노컷뉴스 7월26일자 보도) 

차를 인도받아 운행한 지 한달 쯤, '엔진과 브레이크 점검'이라는 안내멘트가 자동차에서 울렸고 서비스센터에서 뜯어봤더니 '엔진의 윗부분'과 '에어클리너 내부'에서 진흙 오염물이 발견됐고 '엔진 측면', 'ABS모듈 주변', '헤드라이트 주변'도 오염돼 있었다. 

두 사례 모두 억울한 마음에 고소하거나 소비자원으로 사건을 가져가지만 중고매매상들이 거래를 물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보상은 이뤄지지 않았다. 

중고차 거래질서가 어느정도 확립됐다고 하지만 이같은 피해 사례는 부지기수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한국소비자원 양종석 차장은 지난 1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딸에게 중고차를 속여파는 딜러도 있더라”며 “중고자동차의 성능점검에서 가장 많은 문제가 생기는 게 중고차업계의 현실이어서 제도보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중고자동차 유통관리의 주무부서인 국토교통부는 중고차 매매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문제점, ‘중고차거래의 고질적인 문제점은 자동차 성능점검이 엉망이고 단속규정도 없다’는 CBS보도에 따라 전면적 제도개선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토부 자동차운영보험과 관계자는 3일 “자동차 정비소가 중고차를 부실점검하거나 허위점검 함으로써 소비자를 속여도 제재수단이 없다는 언론보도와 관련해, 국토부나 시군구청이 위반업소에 대해 영업정지나 형사처벌 등 지도단속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자동차관리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함께, 현행 자동차 성능점검기록부에도 사고이력을 적도록 하고 있는 만큼 제대로 적지 않을 경우 단속을 강화하는 한편 경미한 사고를 둘러싼 분쟁의 소지를 차단하기 위해 사고이력에 ‘단순수리’를 추가했다. 국토부는 “7월1일자로 사고이력의 기준으로 사고 외에도 ‘단순수리’를 추가해 가벼운 접촉사고로 휀다나 범퍼가 긁혀도 표시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2018,10,25 시행예정인 자동차관리법 제58조의4, 성능점검자의 보증책임 및 보험가입 의무조항
아울러 보다 근원적인 처방으로 '자동차 성능점검자 책임보험제'가 오는 10월말부터 시행된다. 이 제도는 자동차 성능점검기록부와 실제 자동차의 상태가 다르기만 하면 무조건 이에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로 지난해 10월 입법(자동차관리법 58조4항=함진규 의원 입법발의)이 이뤄졌지만 준비기간을 두기 위해 1년간 시행이 유보됐었다. 

법이 시행되면 자동차 성능점검자는 의무적으로 보험에 가입해 자기점검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중고차를 구입했는데 성능점검기록부와 차량이 다른 사실을 발견하면 즉시 보험을 청구해 수리를 받거나 감가된 부분에 대해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성능점검자 입장에서는 부실한 성능점검으로 소비자에 의해 보험청구되는 사례가 잦아지면 (보험사가)계속 보험금을 지급하게 되고 성능점검자는 지불 보험료를 할증받는 구조로 운영되기 때문에 부실 점검을 남발할 경우 금전적 불이익(수입감소)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국토부는 “자동차 성능점검 때 제3자가 개입해 점검의 신뢰도를 높이는 방안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국토부가 자동차 성능점검제도를 보완했다고 해서 중고차 사기판매가 완전히 근절되는 것은 아니다. 국토부에서 만든 규정을 적용하는 곳은 '시군구청'과 '중고차매매연합회'인데 중고차 매매단지는 인천과 서울 강서구, 수원시 등 일부지역에 밀집돼 있어 해당 기초자치단체가 적은 인력으로 업무를 처리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국토부도 지자체도 이에대한 대책에는 손을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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