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상태 알 수 있는 척도

검붉은 혈변 잦을땐

대장내시경 검사 필수


전국시대에 보면 오나라왕 합려에게 잡혀간 월나라왕 구천이 합려의 ‘변’을 맞보고 병이 나을 것을 예측해주며 환심을 산 얘기가 나온다. 이렇듯 옛 사람들은 한 사람의 건강상태가 변에도 반영된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알았다. 현대사회에서도 변의 상태는 그 사람의 건강상태는 물론 어디가 아픈지 등을 알려줄 수 있는 하나의 척도가 되고 있다. 건강하게 오래 살려거든 꼭 변기 속의 변 상태를 확인하자.

▶건강한 대변은?=건강한 대변은 일반적으로 황금색에 2㎝ 남짓 굵은 바나나 모양으로, 냄새가 지독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하지만 불규칙한 식생활, 잦은 음주 및 흡연,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 대신 육류 섭취가 늘고 있는 요즘은 건강한 대변을 보기가 더욱 쉽지 않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검은 변은 출혈의 증거=검은색 변은 식도나 위장, 그리고 십이지장에서 출혈이 있을 때 나타난다. 식도염과 위염 등과 같이 염증성 장질환으로 가벼운 출혈이 계속될 때도 색깔이 검게 보인다.

반면 피가 군데군데 섞여 나오는 혈변은 피에 따라 다르다. 배변 직후 대변과 함께 묻어나오는 선홍색 혈액은 대장암이라기보다 대개 치질이나 변비로 인한 치열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피가 섞인 대변을 보고 대장암으로 속단해 지나친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복통, 설사, 미끈한 점액이 섞인 혈변, 검붉은 혈변 등이 보이면 대장암 진단을 받아보자

=설사는 대장 내의 흡수가 잘 되지 않는 물질로 인해 수분이 흡수되지 않았을 때, 혹은 대장으로 수분과 전해질의 과도한 분비가 일어날 때, 염증 또는 궤양성 병변이 있는 점막으로부터 단백질, 혈액, 점액 등이 삼출될 때, 비정상적인 장운동으로 인해 설사가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설사가 지속되면 대장염에 의한 설사를 의심해야 한다.

대장염에 의한 설사는 여름철에 흔히 발생한다. 대장염의 원인인 대장균은 식품 매개성이나 수인성으로 발생하는데다 여름이면 식품의 신선도가 빨리 떨어지고 물을 많이 마시게 되기 때문이다. 단, 장병원성과 장출혈성 대장균은 식품 매개성 전파는 물론 사람과의 접촉으로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변이 안나오거나 너무 자주 나오면?=의외로 변이 너무 자주 나오는 것은 굳이 걱정할 필요가 없다. 변의 색깔이 황금색이고 바나나 모양으로 단단하다면 몸이 건강하다는 증거로 봐도 된다. 하지만 변비는 문제가 될 수 있다. 변비는 식사량이 적고 불규칙한 식사를 할 때도 나타나지만 대장운동이 저하되면서 나타나는 서행성 변비와 골반저 근실조증에 의해 직장항문의 배변기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경우 등이 있다. 이런 경우 가까운 병원을 찾아서 바이오 피드백 요법 등으로 치료해야 한다.

▶소아변비의 기준은?=일주일에 2회 이하로 변을 보거나 매일 변을 보더라도 배변 시 출혈이나 통증 등을 동반할 때 소아변비로 진단할 수 있다. 소아변비의 90% 이상은 참는 습관으로 인해 생기는 축적성 변비다. 따라서 특효약이 있는 게 아니라 바른 식습관을 길러주는 것과 적절한 배변훈련을 시키는 것이 근본적 치료법이다.

<도움말: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변정식 교수>

+ Recent posts